• 한국 학교 성교육, 경험 없다는 걸 전제로 이뤄져

  •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10-06 조회수 : 236

한국 학교 성교육, 경험 없다는 걸 전제로 이뤄져

 

입력 : 2016.09.21 03:00

핀란드·독일선 유아기부터 구체적으로 가르쳐
실효성 없는 교육현장 性교육

'술도 깰 겸 비디오방에서 쉬었다가 가자. 아무 짓도 안 할게.' '집에 가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야. 한 잔만 더 마시면 집에 보내 줄게.'

교육부가 지난해 3월 내놓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고등학교 지도안' 233쪽에 나온 내용이다. 질문은 '데이트할 때 주의해야 할 상대방의 말'이었다. 고교생 남녀의 대화에 '술'이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 지금은 자취를 감춘 '비디오방'까지 등장한다. 이 황당한 교안(敎案)을 제작하는 데 국비 6억원이 들었다.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교육부는 지난 7월 이 표준안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2016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의 '연간 성교육 경험률'은 2015년 73.3%를 기록했다.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성교육을 받지만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처럼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더 테이블'이 지난 9일 '성 경험이 있다'고 밝힌 남자 고교생 10명을 심층 취재한 결과 "공교육 현장에서 받은 성교육에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다현(가명·17)군은 "중학교를 전후해 성관계를 맺는 학생들이 많은데, 성교육은 언제나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고 했다. 이원형(가명·18)군은 "무조건 욕구를 억누르라고만 가르치는 성교육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안전한 성관계를 맺는 방법 등 현실적 대안을 들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중·고등학교 상담교사인 장미영씨는 "학생들 질문 중 '구강성교로도 성병에 걸릴 수 있나요?' '남자 친구가 콘돔 쓰기를 싫어할 때 어쩌죠?'처럼 실제 성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것들이 많은데 현재의 성교육 지침은 이를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0대가 되기 전 성교육을 시작해 2차 성징을 맞는 청소년기에는 실제 성생활과 관련된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세부터 성교육이 필요하다. 핀란드는 1970년부터 성교육을 필수 교과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중·고생에게 연간 10시간의 성교육을 실시하도록 했으나 입시 교육 때문에 한참 밀려나 있다. 성교육 시간이 연간 평균 5.3시간에 불과한 한국에 비해 핀란드는 연간 40~50시간에 이른다. 특히 성적 호기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초·중등학교 7~9학년(한국의 중학 과정에 해당)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집중적으로 한다.

해외의 성교육 사례를 연구한 노미경씨는 "성교육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스웨덴은 만 4세부터 성교육을 하고, 15세가 되면 피임을 교육한다. 우수 사례로 꼽히는 독 일도 3~4세 때 성을 가르치기 시작해 13세 이후엔 정확한 피임법과 임신했을 때의 대처법을 가르친다"고 했다.

"독일 유치원에 가서 보니 아이들끼리 인형놀이를 하며 아기가 생기고 태어나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더군요. 낯 뜨거울 정도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만화책을 보고 아이들이 충격을 받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 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하더군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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